제목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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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간발달 복지연구소
작성일 2014-03-05 (수) 13:42
분 류 정서-행동
ㆍ조회: 537    
[엄마노릇에 대한 오해] 배울 필요가 없다?
저는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 병원을 찾아오는 엄마들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빼 놓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를 돌본다고 모두에게 엄마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발달 과정을 잘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엄마 노릇을 하려면 배우지 않고는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제게 이 사실을 일깨워 준 건 바로 우리아이 경모를 돌봐 준 보모 할머니였습니다.




 경모는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적어도 20분은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그 때는 먹을 것도, 장난감도 다 필요 없습니다. 목에 핏대를 세우고 숨이 넘어갈 정도로 꺽꺽 울고 난 다음에야 제 풀에 지쳐 잠이 들곤 했습니다. 그러니 ‘남 돌보기’ 라곤 해 본 적이 없는 제가 쩔쩔 매는 것은 당연했겠지요.




 그런데 할머니는 경모가 울기 시작하자 배가 고픈지, 기저귀가 젖었는지 일단 확인해 본 다음에 아이를 안고 “응, 우리 경모가 화가 많이 났구나” 하고 어르면서 아이가 제 스스로 안정을 찾기를 기다려 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짜증 섞인 말이나 표정을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아이가 울면 쩔쩔매면서 이것저것 해 보다가, 아이 얼굴이 빨개지면 같이 당황해서 벌개지다가, 결국 누구한테인지 모를 화를 폭발시키고 마는 내 모습과는 180도 달랐습니다.




 아이가 뭔가 불편하거나 궁금해서 그랬을 것이다 생각하고 그 모든 행동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것. 대가 없이 모든 걸 참고, 받아들이면서도 끊임없는 관심을 주는 것. 남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배려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그 자체가 기쁜 것. 그것이 그 할머니 몸에 밴 모성의 실체였습니다. 그 후 저는 공부하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행동과 모습을 지켜보며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책을 뒤적였고, 주변 엄마들을 관찰하며 끊임없이 엄마 노릇에 대한 공부를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비슷비슷해 보여도 실상 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만큼 각각의 생명체는 그만의 고유한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개성을 존중하고 그에 맞게 키우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엄마들은 아이가 전적으로 자신이 보여주고 가르치는 대로 따라올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고유한 개성을 지닌 아이가 필요로 하는 엄마 노릇 대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아이의 모습만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틀에 아이를 가두고 그 틀을 벗어나면 아이에게 “안 돼!” 라고 경고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엄마라면 자신이 만든 틀이 아이를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엄마들이 엄마노릇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배워야 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러니 배우지 않고도 엄마 노릇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생각을 버리세요.




 그래도 배운 것을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저 또한 이론적으로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부딪혀 보니 미처 이론을 떠올릴 틈이 없는 상황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이론적으로 사랑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과 진짜 사랑을 잘 하는게 다른 것처럼 말이죠. 그럴 때 전 보모 할머니라는 훌륭한 모델을 만나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게 엄마 노릇 잘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초보 엄마들에게 육아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물론 주변에서 엄마 노릇 잘하는 사람을 찾아보라고 권합니다.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잘 자란 케이스를 찾아내어 그 엄마를 모델로 삼으라는 것이죠. 잘 하는 사람에게 직접 배우고 익히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요.



글쓴이: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 신의진. 아이보다 더 아픈 엄마들(2002). 중앙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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